재계가 14일 발표한 올해 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이 노동계의 요구 수준과는 큰 차이를 보여 올 임단협에서 사업장별로 적지않은 진통이예상된다. 이에 더해 민주노총이 국회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의 4월 처리 방침에 반발, 다음달 총파업 공세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노-정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노사관계도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노동계와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아차 노조의 채용 비리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노사관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측이 노조에 막무가내로 끌려가는 것은 협상 및 노사관계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회사나 노조가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재계, 임금 인상폭 `충돌' =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근로자 1천명이상 대기업은 동결, 1천명 미만 사업장은 3.9% 인상(총액 기준)을 골자로 한 `2005년 경영계 임금조정 기본방향' 가이드라인을 확정, 각 회원사에 권고했다. 다만 경총은 지난해의 경우 300명을 기준으로 대기업은 동결, 300명 이하 중소기업은 3.8%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상당수 300-1천명 규모 사업장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점을 감안, 올해는 동결 기준을 1천명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계의 주장 내용과 현격한 `눈높이' 차이가 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각각 발표한 올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에서 총액및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국노총의 경우 정규직은 9.4%, 비정규직은 19.9%, 민주노총의 경우 정규직은 9.3%+2%, 비정규직은 15.6% 인상안을 제시했다. 양대 노총의 임금인상분 계산방식은 표준 생계비와 현재 받고 있는 임금간 차액을 산정, 계산한 것으로 비정규직 임금의 경우 한국노총은 2011년 정규직 대비 85%,민주노총은 2012년 정규직 대비 80% 달성을 목표로 올해는 일단 각각 정규직 대비 57%, 53.5%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도록 차등 인상률을 적용했다. 그러나 경총은 "노동계의 계산방식은 기준 생계비 자체가 과대계상이 된 부분이있는데다 맞벌이 등 가족내 다른 소득원은 감안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로 보기 힘들다"며 "비정규직 임금 수준도 실제 지급액보다 낮은 것으로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대기업의 임금 동결 재원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근로조건 향상과신규인력의 채용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근로자 내부의 부익부.빈익빈현상을 개선, 산업 현장에서 임금.고용안정.일자리 창출이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강조했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가 회사측의 임금 동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여 임단협에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직무급제 등 성과주의 임금체제 확산 △임금피크제 도입 △정기 승급제도 점진적 폐지 △고용형태 다양화를 통한 인력 관리 유연성 제고 등의 재계 권고안도 임단협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비정규직 문제도 험로 예고 = 비정규직 법안의 다음달 국회 처리 방침과 관련,민주노총과 재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법안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다음달 1일 4시간 동안 시한부 경고파업을 벌이는데 이어 비정규직법안이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통과될 경우 이튿날 오전 8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오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구체적 파업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경제5단체장은 지난 10일 회동을 갖고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이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을 다수 담고 있음에도 불구, 산업현장의 안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다시 한번 촉구하고 노동계의총파업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5단체장은 "현재의 경기회복 기미가 실물경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안정이 최대 변수"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계는 같은날 성명을 내고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법안을 원안대로처리해야 한다는 재계 입장은 정부를 협박하고 노사관계를 파탄내는 것"이라며 즉각반박했다. 특히 노동계는 법안 통과가 현실화될 경우 노동시민단체와 연대, 총력투쟁에 나서고 노사정 대화기구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밝혀 노-정, 노-사 관계 냉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