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衍 <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 > 우리 보험시장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 규모를 갖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1인당 보험료 지출규모는 세계 4번째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 보험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고 개선의 여지가 많은 산업으로 지적된다. 외형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 있으면서도 질적 수준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서비스의 품질보다 외형중시 경영에 따른 과도한 판매경쟁과 불완전 판매, 그리고 보상에 대한 불만족 등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사회보험을 제외한 민영보험 중 공공성이 가장 큰 보험은 자동차보험이다. 올해부터는 자동차 의무보험중 대인배상 보상한도액 증대와 더불어 대물배상을 추가함으로써 제3자의 손해에 대한 보상이 더 강화돼 가정 필수품처럼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나 마지못해 내는 일종의 세금쯤으로 귀찮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지난 2001년 8월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가 시행되기 이전의 자동차보험은 모든 보험사에서 동일 상품을 같은 가격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특정 보험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또는 보험판매인의 권유나 친분에 따라 보험을 가입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화로 회사별로 보험료 차이가 발생하게 됐고 소비자는 보험가입 때 상품내용 및 서비스,보험료를 중요한 구매결정 요인으로 인식하게 됐다. 최근엔 전화나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온라인 보험사가 여럿 등장,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 계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온라인 보험사 등장과 기존 보험사간 가격경쟁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이 약간 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경쟁이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일부 자동차보험사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급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과도한 가격경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극단적인 경우 파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단 시장이 교란될 경우 다른 보험사들도 시장 방어를 위해 가격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이 결과로 보험시장 전체가 큰 애로를 겪게 된다. 특히 과도한 가격경쟁은 현금흐름에 애로를 많이 느끼거나 현금흐름의 투자 수익을 통해 보험손실을 보전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돼 고객의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IMF직후 우리 보험업계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수 있듯이 현금흐름 위주의 보험료 책정은 단기간엔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동차보험 소비자가 모두 떠안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자동차보험 자유화 이후 손해보험 회사에 투입된 공적자금만도 3천6백억원에 이른다. 이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을 통해 조성됐으며 대부분의 국민이 자동차보험 소비자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보험경영의 부실에 따른 결과가 국민에게 그대로 전가됐다고 할수 있다. 무리한 가격경쟁은 보험사의 부실을 초래하고 이를 자동차보험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감독당국의 상시적인 감독과 함께 요율 검증기관의 철저한 사전검증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만 관련기관의 제도적 장치가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동차보험은 보험 계약기간중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고에 대한 보상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므로 소비자에게 양질의 보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이를 위해 자동차보험업계 스스로 무리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고 보상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고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자세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 또 보험감독당국 및 요율 검증기관은 무리한 덤핑 등의 문제가 재발돼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가격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자동차보험이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