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크면 통하는 이른바 '고성불패(高聲不敗)'가 정책결정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나왔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왔던 병폐지만 전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되풀이 강조되더라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KDI는 고성불패 사례로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제한,도서정가제 등 각종 영업활동 규제들을 꼽았다. 소비자 이익이나 경쟁을 제한하는 이런 규제들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거나 엄청난 비용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사례가 어디 그 뿐이겠는가. 조직화되지 못한 다수의 목소리는 묻히는 반면 조직화된 집단의 주장이 반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례는 규제의 발생과정과 그 폐해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들에 의해 한두번 지적된게 아니지만 그 모두가 근본적으로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규제를 서슴지 않는 풍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성불패가 통하는 경제는 결코 효율적인 경제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냉정히 따져 보고 정비할 것은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고성불패 현상은 규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도 하다. 새만금사업, 천성산 공사,원전 수거물 부지선정 등 각종 국책사업의 표류도 결국 그런 범주에 해당된다. 그외 노동 의료 교육 법률 등의 개혁과 개방이 더딘 것도 목소리 큰 이해집단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고서도 우리가 선진경제 선진사회를 바란다면 그것은 과욕이다. 고성불패를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려면 이해당사자들의 각성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정부부터 법과 원칙을 분명히 하고,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