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기금이 국제 원자재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헤지펀드를 방불케 하는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채택,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전통적으로 연기금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승률이 높은 '안정적인 투자'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형 연기금들이 변동성이 비교적 큰 원자재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저금리 현상으로 안정적인 투자로는 적정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기금들은 CRB 원자재지수를 비롯 각종 원자재 지수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마치 헤지펀드처럼 개별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도이체방크의 상품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루이스는 "연기금들이 난방유 휘발유 커피 코코아 등 개별 원자재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연기금들은 또 개별 원자재에 투자할 경우에도 원자재 선물 투자에 그치지 않고 원자재 현물 자체를 매수하기도 한다. 최근 원자재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이 좋아지면서 선물 가격이 많이 오른 반면 현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원자재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도 구사하는 등 헤지펀드들의 투자 방식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일부 연기금은 아예 원자재 관련 인프라를 사들이는 등 사모투자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수 방식의 투자도 감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온타리오 교원 기금'은 지난해 가스 전력 등을 수송하는 집배송 전문업체 내셔널 그리드 트랜스코의 지분을 직접 사들였다. ◆천정부지 원자재 가격=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헤지펀드 연기금 등의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유 옥수수 설탕 등 17개 원자재 선물가격을 지수화한 CRB지수는 지난 11일 315.75를 기록,1981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골드만삭스상품지수(GSCI)도 지난 주말 374.05를 기록,작년 10월26일 기록했던 고점인 373포인트를 넘어섰다. 지난 주말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구리 선물(5월물)가격은 1백47.6달러를 기록,연초 대비 10% 급등했다. 알루미늄 아연 납 등도 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연초 주춤하던 금값도 2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온스당 4백44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 상승세 지속된다=골드만삭스 이사 아이글하트는 "현재 모든 상품 거래소의 미결제 약정 규모를 달러로 환산하면 전 세계 원자재 생산 금액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국제 원자재시장은 계속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원자재 붐은 과거 수년간 원자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며 "따라서 원자재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원자재 거래 중개업체인 셈프라 메탈의 존 켐프는 "현재 원자재시장은 밀려들고 있는 돈을 감당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유동성도 떨어진다"며 "원자재 붐이 6개월 정도 더 지속될지 몰라도 붐이 오래갈수록 그만큼 시장도 급격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