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세계 1백92개국이 참가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앞두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60)은 국제보건협약을 마련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WHO는 이번 국제보건협약을 통해 생물학 및 화학 테러,핵물질 테러가 발생할 경우 공중보건에 미칠 영향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협약은 국제적인 안전망을 갖추는 데 의의가 있다"며 "해당 국가의 주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요즘 조류독감의 확산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조류독감이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 지하 1층의 질병상황통제실에는 최근 들어 이름을 알 수 없어 'unknown'으로 표기되는 질병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친환경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다닌다. WHO 본부가 소유하고 있는 10대의 소형 하이브리드카 가운데 한 대다. 그는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WHO 사무총장이 이런 차를 타고 다니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복고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사를 받았으며 WHO에 들어간 지 20년 만인 지난 2003년 7월에 임기 5년의 제6대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선출직 국제기구의 수장이 된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에 도전할 의향이 없냐고 묻자 그는 "유엔사무총장은 자기가 원하거나 캠페인을 한다고 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며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 사회에서 추대하는 사람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WHO 인사담당 직원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국제기구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지만 의사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질병의 예방과 퇴치가 가장 보람있는 일입니다." 그는 세계 8천명 WHO 직원들과 함께 질병없는 지구촌을 만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네바(스위스)=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