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3천억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간부들이 수백억원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건설 시행업자들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애초 투자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서도 옆 부서의 담당 부하직원을 종용해 투자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공무원연금 관리 및 감시시스템이 매우 허술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공무원연금은 해마다 발생하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국민혈세로 충당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인맥과 뇌물을 통한 대출=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민간 사업에 투자하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 사업이사 이모씨(58)와 복지시설건설단장 박모씨(56)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뇌물을 주고 공단자금 투자를 알선해준 대가로 50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같은 공단 과장 출신 김모씨(44·S시행사 대표)를 구속기소하는 등 시행업자 3명을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2년 11월∼2003년 6월 경기 고양시와 용인시에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한 D시행사와 S시행사에 각각 9백50억원,2백60억원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두 업체로부터 모두 5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씨는 특히 S사대표 김씨에게 "각종 편의를 봐줄테니 추가로 돈을 더 달라"고 먼저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제주 오라단지 개발을 추진하던 G사 대표로부터 투자 알선 대가로 50억원을 받은 뒤 공단 재직 시절 알고 지내던 인맥을 통해 이씨에게 접근,1억원을 주고 투자를 성사시켰다. ◆허술한 연금 운용 감시시스템=작년 말 기준으로 적립금 규모가 3조3천여억원에 달하는 공무원 연금은 그간 운용 실적이 아닌 실상에 대해서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검찰 조사로 처음 투자 적격 심사에서 떨어졌던 G사가 김씨 등에게 50억원의 알선료를 제공한 뒤 5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나 투자여부를 결정짓는 최종 요인은 '검은 돈'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2010년이면 누적 적자 규모가 1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공단 측은 2002년 이후 투자 감시시스템의 확실한 정비없이 수익률만 쫓아 민간 기업과 공동투자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비리가 개입할 요소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공단 측은 "현재 투자한 민간 공동사업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고 해당 사업별로 모두 근저당을 설정했기 때문에 기금 손실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