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견 제약회사 영업직으로 채용된 김형섭씨(28)는 이달 초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입사한 지 3개월 만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상 '전투력'이 필요한 영업일을 하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시 작년 말 D건설에 입사했던 이동영씨(28)도 지난달 회사를 그만뒀다. "급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데다 원래 하고 싶은 일이 해외무역 쪽이어서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롯데그룹 조사에 따르면 지난 99년 1월 공채로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3천명 가운데 2001년 12월 현재 60.2%가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명 중 네명이 입사한 지 3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 셈. 김응걸 롯데그룹 정책본부 인사팀 과장은 "취업대란이라고는 하지만 신입사원 이직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신세대들은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은 직장이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곳은 비전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로 신입사원의 높은 이직률은 기업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신입 사원 한명이 이탈함으로써 조직이 떠안는 부담은 채용 및 교육에 들어간 비용,대체 인력을 구하는 비용,업무 차질에 따른 기회 손실 비용 등을 합해 해당 인력의 1년 연봉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입사한 지 1년이 안 된 신입사원 1천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신입사원 열명 중 여섯명(64.8%)꼴로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75.7%는 직장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직장에 대한 불만 비율은 중소기업(74.3%),공기업(61.7%),대기업(38.6%)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신입사원 만족도가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이직 희망 비율은 각각 61.4%,81.7%로 나타나 예상만큼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열심이다. 애경산업 인사파트장 이낙형 차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익힐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방침 아래 3개월간 직무 로테이션 제도를 실시하고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마련,신입 이직률을 낮추고 있다"고 말한다. 김혜수·김현석·정인설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