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연봉 수억원(시장가치에 연동),입사 보너스 5천만원,강남지역 50평대 아파트 임차료 지급,자녀 해외 학자금 지원….' 이귀로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최근 이런 조건을 제시받고 LG전자기술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과도한 연봉격차는 조직 구성원간 인화(仁和)를 해칠 수 있다"며 차등 폭이 작은 급여 체계를 유지해온 LG전자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중량급 핵심 연구개발(R&D) 인재에게나 적용되던 이 같은 급여 시스템이 올해부터 LG전자 전 임직원에게로 확대된다. R&D 인재를 다른 직종에 비해 확실히 우대하고,실력에 따라 동일 직급간 연봉 격차를 대폭 확대키로 한 것. LG전자는 이를 통해 우수 R&D 인재를 대거 확보하고 내부인재를 집중 육성,2010년 세계 3대 전자업체 반열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R&D 인력을 잡겠다" LG전자의 이번 급여시스템 개편 초점은 '최소한 우수 R&D 인력의 연봉만큼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준다'는 데 맞춰져 있다. 기본급을 인상하는 게 아닌 '그레이트 인센티브'란 이름의 성과급을 통해서다. 김영기 LG전자 HR 부문장은 "신입사원을 제외한 상위 50%인 5천여명이 실적에 따라 연간 5백만∼5천만원씩 평균 1천만원 정도를 인센티브(연봉 34% 인상 효과)로 받게 된다"며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인재 영입이 한결 수월해지는 데다 내부 인재들에 대한 동기 부여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밖에 R&D 인력에게 목표를 준 뒤 이를 달성할 경우 지급하는 '타깃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고,전체 R&D 인력의 5∼10%에 해당하는 핵심인재에게 지급하는 '리텐션 인센티브(퇴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1천만∼3천만원씩 지급하는 제도)'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연봉격차 극대화 지난해 LG전자에서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은 부장급 직원의 연봉은 1억5천만원 수준.이는 성과급 없이 기본연봉(월급여+상여금)만 받은 초임 부장 연봉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대리급 R&D 사원의 경우 최고 4천5백만원,최저 3천1백만원으로 40% 정도 차이가 났다. LG전자는 올해 기본급 인상률을 최소화한 반면 성과급을 대폭 늘린 만큼 이 같은 격차가 5배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대리가 부장보다 2배가량 많이 받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스템상 올해부터 연봉 1억원을 받는 대리급 R&D 사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 연봉도 차등화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LG를 주축으로 모든 자회사와 계열사에 적용되는 임원 급여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잘나가는' 계열사 임원이나 적자를 내는 계열사 임원이나 똑같은 연봉을 받지만 앞으로는 몸담은 회사의 규모와 각자 맡은 업무의 중요도 및 실적에 따라 달리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맡은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따른 인센티브를 전체 연봉에 추가하고,상반기 중 LG전자와 LG필립스LCD 등 주요 계열사 임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키로 했다. LG전자는 일단 상반기 중 일정 한도 내에서 주요 경영진과 R&D 인력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