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은 전임 이헌재팀에 못지않게 시장친화적.개방추구형 정책노선을 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대 통상교섭본부장과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대사,청와대 경제수석,산업연구원(KIET)원장,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산업.통상 등 민감한 경제현안을 일선에서 챙기고 정책을 조율하면서 실물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점이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 부총리 자신도 14일 임명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 기조는 일체의 변화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율 운용 등 주요 정책의 각론부문에서는 전임자들과 다른 기조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IET 원장 시절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어떤 식으로든 비용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미세조정' 수준을 뛰어넘는 개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기존 경제정책 이어간다 청와대가 경제사령탑을 한 부총리에게 맡긴 이유는 '안정성'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 연설에서 강조한 '개방기조 확대'와 벤처중소기업 및 서비스산업 육성 등 이미 마련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해 달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부총리도 이날 간담회에서 "(대통령이)장관이나 조직 수장을 바꿀 때는 정책기조 변화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지만,이번에는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나를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 부총리에게는 올해 5% 성장 달성 및 일자리 40만개 창출을 위해 상반기 재정을 조기 집행하며 하반기엔 종합투자계획을 추진한다는 전임자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벤처를 육성하고 신용불량자 문제를 매듭지어 내수경기 활력을 도모하며,투기는 억제하되 건설경기는 살려나간다는 전임자의 정책방향도 숙제로 기다리고 있다. ◆기대되는 '기업 기 살리기' 개방론자로 알려져 있는 한 부총리가 농업과 서비스 시장 개방 등 민감한 현안을 어떻게 요리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한 부총리는 통상교섭본부장·KIET 원장 시절 "시장개방은 대세이며 FTA(자유무역협정)는 거스를 수 없는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었지만,경제 수장(首長)으로서 '소신 관철'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비율) 축소 문제를 정면돌파해 낼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기업 기(氣) 살리기에 관한 한 '기업보국(起業報國)'이라는 휘호를 집무실에 걸어놓고 일했던 전임 이헌재 부총리 못지 않게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 재직시절 "공직자는 기업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정책으로 돕겠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정책조율 능력 시험대에 옛 경제기획원과 상공부(현 산업자원부)에서 관료의 잔뼈를 키워온 만큼 금융과 세제정책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한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재경부는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이며 금융도 잘 안다"고 강조,재경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정부혁신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며 정책의 품질을 관리하겠다"고 말해 대대적인 재경부 개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