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세대의 상당수는 어려서 깜부기를 먹고 입이 시커멓게 되거나 아카시아꽃술을 빨던 일을 기억한다. 주린 배를 채우려 산과 들에서 뭐든 닥치는대로 먹었던 것이다. 사철 똑같던 도시락 반찬에 질려 무우장아찌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쌀이 모자라 혼·분식을 장려하던 시절에 자란 이들의 슬픈 이야기다. 고부갈등의 요소 가운데 음식의 양을 둘러싼 문제가 많은 것도 '배고픈 설움이 첫째,집없는 설움이 둘째'라는 윗세대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모자라면 큰 일이니 무조건 넉넉하게 장만해야 한다는 시어머니와 남으면 처리하기 곤란하니 다소 모자란 듯 알맞게 준비하고 싶은 며느리가 부딪치는 것이다. 성장기에 늘 배고팠던 중장년층들은 말로는 적게 먹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어야 기분좋게 잠든다. 운동 역시 "해야지 해야지" 얘기하면서도 일상에 쫓겨 못하거나 안한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당뇨병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지난 10년간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를 토대로 분석했더니 당뇨병 환자가 매년 급증,2030년이면 7백22만명에 달해 인구 7명당 1명꼴로 앓게 되리라는 것이다. 당뇨병은 심장질환 뇌졸중 망막증 말기신부전증 등을 일으킨다. 가족의 병력도 원인이지만 과식에서 비롯되는 비만이 원인으로 서양에서는 70∼80%를 차지하는데 우리의 경우 비만에 의한 건 22%뿐이라고 한다. 뚱뚱하지 않아도 생기는 셈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운동부족 탓도 있지만 중장년층 이상은 어린 시절 영양 부족으로 인슐린을 조절하는 췌장의 기능이 약한데 영양은 과잉상태가 된 까닭도 있다고 한다. 어려서 먹지 못한 게 나이 들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수명이 아무리 늘어도 건강하지 못하면 축복일 수 없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각자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벽난로 위엔 '장작을 패라.이중으로 따뜻해진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걸어라.이중으로 건강해진다'라는 문구라도 써붙이면 어떨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