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색깔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5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기자실에 들러 이렇게 말했다. "기존 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강조하다 보면 너무 색깔 없는 경제부총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 부총리는 "기존의 경제정책과 시스템은 그동안 수많은 토론 끝에 참여정부가 제시한 국정운영 방향의 틀 속에서 나온 것으로,나는 그것들을 재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기왕에 제시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기조에 일절 변화가 없을 것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 부총리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이헌재 전 부총리가 추진했던 모든 과제를 일관성을 갖고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올해초 제창한 '선진 한국'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거시경제 안정,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구축,정부 혁신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선 올해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5% 성장과 3%대의 물가안정,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를 위해 △재정 조기집행 △신용불량자 문제 개선 △금융시장불안 제거 △부동산 투기 근절 △저소득층 생활보호 등 기존의 정책 과제들을 계속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어제(14일) 오후 취임사 작성을 위해 김광림 차관과 윤대희 기획관리실장 등이 한 부총리를 만났는데,그 자리에서도 특별한 주문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내내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모처럼 나타난 경기회복 불씨를 살리는 게 최우선인 만큼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변화나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는 기존 정책을 일관되고 밀고 가는 게 긴요하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 신임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경제는 상반기의 어려움만 잘 넘기고 상승기조가 자리잡히게 되면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구상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밝힌 '새로운 구상과 새로운 일'에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종민 대변인은 "새로운 일을 하자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경제살리기를 위해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일관성 유지를 당부한 것"이라며 의미를 줄여 설명했다. 허원순·차병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