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노동계가 올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각각 내놓았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양측이 제시한 인상률이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까닭에 올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느 수준이 정답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기업의 부담능력을 비롯한 여러가지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임금협상에 있어서 우선고려돼야 할 기준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올해의 경우 임금을 더 높게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취업희망자들을 위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출)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 등 온갖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실업문제 및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그 재원을 활용해 고용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볼수 있는 노조의 양보가 절실하다. 대기업근로자들의 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별로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더욱이 대기업이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하게 될 경우 올려주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가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노동계는 근로여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선 보다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문제 역시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대기업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시달려온 회사측으로서는 경쟁국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심각한 실업문제와 노·노 격차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의 양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노조의 양보없이 고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우를 개선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과연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보다 많은 근로자들을 위하고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는 길인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숙고해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