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은 퇴임 고위관료 '정거장'?…100여명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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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장 법률사무소에 고문으로 몸담았던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로펌의 인력파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 부총리와 경합을 벌였던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난 이헌재 전 부총리 역시 로펌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거나 몸담은 적이 있어 로펌은 고위 관료의 '정거장' '재연수기관'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현재 김&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등 로펌에는 1백여명의 전 고위 관료들이 상임·비상임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절반 이상이 재경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경제부처 출신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들 전직 경제관료는 변호사자격증도 없이 말 그대로 자문역할만 하면서 한해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펌은 변호사들이 소송실무를 챙기지만 공정거래 등 대정부 관련 소송이나 대형 컨설팅 업무와 관련,이들 경제부처 출신의 식견과 조언이 요긴하고 전직 관료들은 재충전을 하면서 권토중래의 기회도 노릴 수 있어 로펌 고문직을 선호하고 있다.
◆대형로펌 독점=고위 관료출신들이 동원돼야 하는 큰 소송이나 컨설팅 업무는 상위 5대 로펌에 집중되기 때문에 고위 관료출신들의 절반 이상이 이들 5대 로펌에서 활동 중이다.
전직 관료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덕수 신임 경제부총리 등을 배출(?)한 김&장 합동법률사무소.
특히 김&장은 경제관료 출신 인력풀이 막강해 '경제장관 회의를 구성할 정도'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이윤재 전 고문은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냈다.
한택수 전 고문은 재경원 국고국장 출신이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최근 고문진을 화려하게 포진시키고 김&장을 추격하고 있다.
관세청장을 지낸 김영섭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김수동 전 특허청장,정재룡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이곳에서 활동 중이다.
최근엔 김창곤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태평양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무법인 세종도 '인력풀'이 돋보인다.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과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김영태 전 산업은행 총재 등 경제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세종은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을 지난해 영입,고문단을 보강하기도 했다
◆'로비스트'논란도=전직 경제관료들과 로펌의 끈끈한 인연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식으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관료출신들은 퇴임 이후 사장될 수 있는 전문지식과 행정 경험 및 노하우를 계속 살리면서 높은 연봉을 챙길 수 있다.
로펌들은 "인재를 사장시키지 않고 활용,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로펌이 정부의 고급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전직 고위관료들을 옷벗기가 무섭게 모셔가는 관행을 놓고,로펌들이 관계의 '전관예우'관행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사건수임 브로커로 활용한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에선 관료출신 고문 영입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준동·이관우·정인설 기자 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