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룰' 적용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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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최근 국민연금 등 연기금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이른바 '5%룰'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5%룰을 적용받게 되면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는커녕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 12일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5%룰을 면제받았던 연기금에 대해서도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5%룰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5%룰이란 증권거래법상 투자자가 상장 기업 지분을 5% 이상 취득하거나,5% 이상 보유한 기업의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규정.대주주에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17일로 예정된 전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29일부터 연기금도 규정에 맞춰 해당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복지부는 재경부의 방침이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무시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연금재정과 관계자는 "연금의 공공적 성격이나 시가 기준으로 14조원에 달하는 주식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투자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자산 운용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며 "5%룰은 기본적으로 적대적 M&A를 예방하는 조치인 만큼 경영권과 무관하게 순수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에 이를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도 "3월 중순 현재 시가 기준으로 주식투자액이 14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운용 내역이 일일이 공개될 경우 투자전략이 노출되는 데다 특히 중소형주의 변동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재경부는 15일 오전 현재 개인투자자로 규정된 국민연금기금을 기관투자자에 준하는 위치로 변경해 한 달에 한 번씩 운용 내역을 공개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5%룰 신규 적용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선 삭제하되 다음번 개정 때는 반드시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김혜수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