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정보지와의 전쟁 … 사설업체서 은밀히 작성·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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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 L씨는 자기 사무실 맨 꼭대기층에 혼자만 사용하는 밀실을 두고 회사 여직원과 수시로 밀회를 나눈다고 함."
"정부 고위 관리 K씨는 관련 기업체들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받는 등 비리가 많고 평소 술만 먹으면 주정이 심하다고 함."
정부가 15일 사설 정보지(일명 찌라시) 유통을 뿌리뽑겠다는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기업인 명예 훼손 사례다.
정보지에 담긴 이런 내용들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보지가 유통되면서 해당 기업인들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기업 신용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사설 정보지 작성자 및 유통 경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악성 루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음해 차원을 넘어 기업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으로 급속 확산=사설 정보지는 지난 95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루머가 증권가에 유통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부작용도 확대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는 정보지를 통해 특정기업의 부도설 등이 확인되지 않은 채 마구 유포돼 기업들의 신용을 떨어뜨렸다.
주식시장의 '작전세력'들이 정보지를 주가 조작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정보지를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자 월 30만∼50만원의 구독료를 받고 주기적으로 e메일이나 인쇄물을 전달해주는 사설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검찰은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10∼15개의 정보지가 은밀하게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종이로 1차 유통된 정보지는 인터넷 메신저와 e메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히 퍼지고 있다.
◆단속 배경과 전망=정부는 예전에도 증권감독기관 등과 함께 악성 루머를 유포하는 사설 정보지에 대해 대대적인 합동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실효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보지가 은밀히 작성·유포되는 데다 단속 기간 중에는 잠복해버리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사설 정보지를 통해 허위 사실이나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든 최초 생산자나 악의를 가지고 상습적으로 거짓정보를 유포한 사람 등은 구속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도 세무조사를 통해 모두 박탈할 방침이다.
또한 3개월간 집중단속을 실시해도 정보지 유통이 근절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같은 강도로 지속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사설 정보지와 관련된 신고나 제보는 검찰(02-3480-2480∼3)과 경찰(02-313-0742) 신고센터나 정통부 산하 사이버명예훼손·성폭력상담센터(전화:02-3415-0182,www.cyberhumanrights.or.kr)로 하면 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