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코리아' 이젠 실천이다] (4ㆍ끝) 시민단체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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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해 말 상근자 모집공고를 냈다.
그러나 당초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몰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다른 유력 시민단체 역시 최근 3년간 상근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다.
예전에 비해 시민운동의 위상은 높아졌는데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이 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몇년 새 시민단체의 위기를 알리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많은 시민단체가 상근자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이는가 하면 회원 수가 감소하는 등 일반시민들의 참여도 점차 줄고 있다.
지난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장 이후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시민단체의 위상이 이처럼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민단체가 이념적,정치적 편향을 통해 대안없는 반대 위주의 활동을 벌인 탓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9일 투명사회협약 체결을 계기로 사회 각 부문이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환경단체임에도 환경문제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등 최근 몇년 동안 일부 시민운동이 편향되고 왜곡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수 운동가를 중심으로 '프로파겐다(선전·선동)' 위주의 활동을 벌이면서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사실 그동안 시민단체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스스로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것처럼 행동해왔다.
특히 2002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이후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민단체 활동방식이 저항 중심에서 참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시민단체 활동이 정부와 기업에 대한 저항 중심,대안없는 발목잡기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참여 중심,정책 제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도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시민단체는 전문분야 및 시민들의 삶에 밀접한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사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정부와 포괄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지금은 빈곤 퇴치처럼 시민단체와 시장(기업),정부의 구분을 뛰어넘어 공동 대처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시민단체들도 무조건 반대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투명사회협약 체결을 계기로 사안에 따라 기업이나 정부와 적극 협조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