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억제하는 생체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의 5∼8%를 차지하고 있는 B형 간염환자의 간암 발전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구흥 교수팀은 인체 내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단백질인 '인터페론 감마'가 어떤 과정을 통해 암으로 진전되는 것을 억제하는지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인터페론 감마를 투여한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간암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에프 카파비(NF kB)'라는 신호 전달체계의 활성이 감소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알려졌던 인터페론 감마가 NF kB의 활성을 막는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페론 감마가 NF kB의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NIK'를 세포질에서 핵으로 이동시켜 NIK가 활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NF kB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생체내 면역 반응에 의해 간암으로의 진전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으로 이를 응용할 경우 만성 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의 5∼8%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이 가운데 10%가량이 간암으로 진전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