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 재계질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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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국가중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일본 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올 2월부터 시작된 일본방송을 둘러싼 경영권 쟁탈전은 재계 질서의 변화를 알리는 전주곡이다.
인터넷회사 라이브도아와 미디어그룹 후지TV간 대결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세이부그룹 쓰쓰미 요시아키 전 회장(70)의 몰락은 기업가의 세대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지 신문들은 "전후 일본식 독재경영이 막을 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이부그룹은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으로 부활한 '일본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쓰쓰미 전 회장은 부동산으로 회사를 키워 1980년대 버블기 당시 미국 포천지로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억만장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89년에 JOC(일본올림픽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명예도 얻었다.
금주 초 회사 설립 60년만에 외국인 CEO(최고경영자)를 영입한 소니 역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일본 하면 세계 최고 품질의 '제조 국가'를 떠올리게 만든 주역이 소니였기 때문이다.
최근 동종 업계에선 마쓰시타와 캐논에 밀리고,재계 대표 자리를 도요타에 넘겨줬지만 일본인들은 소니를 여전히 최고 기업으로 인정한다.
이런 소니가 외국인을 사령탑에 앉힌 것은 일본기업들이 변해도 크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신생 기업인 라이브도아와 후지TV의 경영권 싸움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운데 라이브도아를 능가하는 제2,제3의 신생 기업들의 도전은 앞으로 계속 될 게 틀림없다.
소프트뱅크나 라쿠텐 등 인터넷 회사들은 작년 말 재벌 기업들이 주무르던 프로야구 구단 인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한 라이브도아에 대해 재계나 정치권 원로들은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며 반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젊은 기업가의 신선한 도전을 높이 평가하는 기업가나 샐러리맨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장기불황을 이겨낸 일본 재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