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뭐 도와드릴 일이 없겠습니까."


'혁신전도사'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이번에는 '고객만족 경영'에 나섰다.


16일 구미에 위치한 도레이새한 새한 동국무역 등 대표적 화섬업체 3개사를 차례로 방문한 것.


화섬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국내 최대 생산업체(연산 1백80만t)로서 고객사들의 생산현장을 방문,애로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날 도레이새한을 방문한 허 사장은 "화섬경기가 어려워 신제품개발이나 경영혁신 등 새로운 발전모드를 찾으려 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김상필 연구소장의 도움 요청에 "합작선인 BP의 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으며,삼성석화의 6시그마 등 경영혁신 프로그램도 적극 제공하겠다"고 지원의사를 밝혔다.


허 사장의 고객사 방문은 그의 이른바 '3.2차산업론'에 따른 것이다. '3.2차산업론'은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의 관점에서 2차 산업인 제조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


기존의 제조업 혁신은 제조업에 서비스마인드를 부분 접목시키는 '2.5차산업'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3.2차산업론'은 기준점을 아예 3차 산업에 놓고 여기에 '+α'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호텔신라 에버랜드 등 서비스업계에서 30년 이상 종사하며 체득한 허 사장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실제 허 사장은 지난 2003년 삼성석화 사장에 취임한 이후 고객사를 매분기 1개사씩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열정을 보여 왔다.


하지만 3개 회사를 차례로 방문한 이날 행사는 훨씬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 화섬업계가 내수침체와 원재료가격 폭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의 태풍에 휩싸여 있다. 이에 따라 자칫 화섬원료의 내수판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삼성석화 관계자는 "PTA의 경우 중국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이 t당 70달러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화섬업체의 희망사항인 가격 인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상생경영을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허 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