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만치료제 개량 신약(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6일 보건복지부 외교통상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슬리머 캡슐'은 미국 애보트의 '리덕틸 캡슐'과 동일한 제품으로 봐야 한다"며 "한미약품은 신약 허가를 새로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슬리머 캡슐'에 대한 품목 허가는 반려될 게 확실시된다. 이에 앞서 주한 미국대사관측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의약품 재심사 기간(신약 시판 후 부작용 등을 모니터링하는 기간으로 6년임) 중 오리지널 의약품 자료를 활용해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한 것은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TRIPs)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의 '슬리머 캡슐'은 오는 2007년 7월 의약품 재심사 기간이 끝나는 한국애보트의 '리덕틸 캡슐' 임상자료를 활용해 개발된 것이므로 품목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과 3상을 완료하고 신약 허가를 신청했으며 약의 주성분이 다르므로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식약청이 품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법률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입장 미국대사관 측은 대사관 공보과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트립스협정에 따르면 오리지널 제약사의 신약재심사 기간 중에는 다른 제약사가 동일 품목을 새로 신청할 때 오리지널 제약사의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이 한국애보트의 리덕틸 캡슐에 대한 임상자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은 "(고혈압 치료제)노바스크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이 재심사 기간 이후에 나왔으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일부 한국 제약사에서 식약청을 상대로 신약개발 회사가 오리지널 개발 회사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트립스 규정을 해석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사안은 제약사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의무준수 여부에 관한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국제적 의무 사항에 대해 동일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한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입장 한미약품은 '리덕틸 캡슐'과 '슬리머 캡슐'은 주성분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리덕틸 캡슐은 염산 시부트라민이 주성분인데 반해 슬리머 캡슐은 신규염인 메실산 시부트라민을 적용해 개발한 개량 신약이라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개량 신약일 경우 의약품의 재심사기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으므로 별도의 의약품으로 품목허가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리덕틸 캡슐의 의약품 재심사기간과 무관하게 식약청 승인을 거쳐 2003년부터 슬리머 캡슐에 대한 임상시험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식약청은 염 부분이 다른 의약품의 경우 개량 신약으로 허가를 내줬다"며 "그러나 이번 경우엔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품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는 미국 측의 간접적 통상 압력에 굴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개량 신약 개발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권·임도원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