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치력과 대외경쟁력은 상당부분 FBI(미 연방수사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안보,기업 및 증시에 관한 허위자료 유포,신원 검증 등 2백60여 영역을 조사 내지 수사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엄청난 정보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력 때문에 케네디 대통령 시절 후버 국장을 해임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보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다. 미국의 통신 감청시스템 에셜런이 비난을 받는 것도,각국이 대외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인 역시 정보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각종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게 이른바 사설정보지다. 특정인의 사생활에서부터 정부와 주요기관의 인사 뒷얘기,자본 유치나 투자를 둘러싼 기업의 속사정 등을 담은 사설정보지의 경우 '카더라'식 내용에도 불구,실명을 곁들이는 등 그럴싸해 대다수 사람들이 그대로 믿을 뿐만 아니라 퍼뜨린다. 그 결과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는 건 물론 경쟁자를 괴롭히거나 제거할 목적으로 근거없는 악성 루머를 생산 유통하는 일마저 생겨났다. 결국 정부가 다음달부터 허위 정보의 생산·유통 사범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신문을 비롯한 공개매체를 제쳐두고 사설정보지에 매달리는 건 훔쳐보기 심리의 만연과 "아니다 아니다"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시하는 불투명한 정책,일부일망정 사실로 밝혀지는 데 따른 의존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생각과 직접적 이해만 없으면 틀려도 추궁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오셀로가 파멸한 건 잘못된 정보 탓도 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믿은 게 더 크다. 어떤 부문이건 상업적 의도에서 생겨난 일을 공권력으로 막기는 어렵다. 정보 유통에 대한 단속은 자칫 소기의 목적은 못이루고 국내기업의 정보수집만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길은 개인은 물론 힘 있는 곳에서 루머에 좌우되지 말고 뭐든 검증하고 확인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왜,어떻게' 그런 정보가 나왔는지 따져보고 판단하면 '아니면 말고'식의 엉터리 정보는 줄어들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