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없는 경제부총리가 되겠다"며 몸을 낮췄던 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시장과 정책 챙기기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부총리는 취임 사흘째인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와 명동의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잇따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키로 했다. 경제부총리가 취임 즉시 이들 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 부총리의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과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총리는 18일엔 박홍수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주요 간부들을 초청,재경부 관련 간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중장기 농정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도 갖는다. 그는 앞으로 매주 한 부처씩 초청해 이같은 정례 토론미팅을 열 예정이다. 경제수장으로서 다른 경제부처들의 주요 정책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부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별명대로 '일벌레'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다. 지난 15일 취임식 뒤 오후 5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경제정책국 등 주요 국(局)별 마라톤 업무보고를 받았다. 저녁식사는 중간에 도시락으로 때웠다. 16일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뒤 오후 8시부터 나머지 국들의 심야 업무보고를 받았다. 관계자는 "한 부총리가 앞으로 색깔보다는 일과 성과로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자기 의견을 피력하거나 지시를 내리기 보다는 열심히 듣고,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 등 '일하는 부총리'의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한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 추진 의사를 묻는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의 질의에 대해 "경제여건을 봐가며 검토할 수는 있으나 당장 실행의 의미를 가진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