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의 향배에 따라 웃고 울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증시 변동 폭이 다시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매 규모도 갈수록 늘어 증시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은 16일 증시에서도 확인됐다. 외국인이 매도를 늘리며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990선 밑으로 내려갔으나 1천5백억원이상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를 보합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프로그램은 최근 6일간 대규모 매도·매수를 반복하며 지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3천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지수 1,000선을 붕괴시켰지만,바로 다음날에는 반대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 자금이 유입돼 지수를 24포인트 이상 급등시키며 1,000선을 회복했다. 15일에는 2천5백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 때문에 지수 1,000선이 다시 붕괴됐다. 이처럼 프로그램 위력이 갈수록 증폭되는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한 시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그램은 현물·선물간 가격 차(베이시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 팔도록 짜여있는데,최근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수·매도를 반복하면서 베이시스의 진폭이 크게 확대돼 대규모 프로그램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급등락장에서 나타났던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뒤흔드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프로그램의 진원지인 투신권 등 기관의 자금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프로그램 규모 확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최근 프로그램 매물은 과거와 달리 비차익(현물·선물 가격 차에 상관 없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매매하는 것)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이는 펀드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자금 운용 규모가 커진 기관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비차익거래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수 급등의 주역이었던 수급사정이 다시 취약해진 것도 증시가 프로그램에 휘둘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더라도 개인과 외국인이 받아주며 장을 떠받쳤지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매수세력이 실종돼 프로그램 매물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당분간 증시의 불투명성 확대로 베이시스의 등락 폭이 커질 예정인 만큼 지수 방향성이 뚜렷이 잡힐 때까지는 프로그램의 순매도·순매수에 따른 증시 변동 폭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