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亞통화의 '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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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휩쓸렸던 지난 90년대 말.
당시 국제금융계의 가장 큰 관심은 중국 위안(元)화의 평가절하 여부였다.
많은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시아통화의 평가절하 도미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임박했다는 전문가의 말 한 마디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요동치곤 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에 손을 대지 않았다.
당시 환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거부하면서 내건 이유 중의 하나가 '아시아 지역 경제'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위기에 처한 아시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당시 위안화 안정은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주었다.
덕택에 중국은 아시아 경제에서의 위상을 높였다.
4년여가 지난 지금,위안화의 역할이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평가절하가 절상으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이 평가절상을 단행한다면 절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통화에 타격을 주게 된다.
위안화는 한국 등 다른 아시아 통화와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금 평가절상 압력을 거부하면서 4년 전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 경제 피해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아시아 경제에 결코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아시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지 않는 이유는 자국의 경제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이 아시아경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90년대 말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 통화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힘이 빠지고 일본 경제를 대신해 아시아 경제의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속뜻도 엿보인다.
이번 환율 전쟁에서 중국경제의 위상이 또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