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들 재래시장 살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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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에 있는 성당'들이 오는 27일 부활축일(부활절)에 특별한 행사를 마련한다. 이들 성당은 지난 87년 설립된 고속터미널 성당을 비롯해 남대문시장ㆍ청계 평화시장ㆍ노량진 수산시장ㆍ가락시장ㆍ평화시장 성당 등 6곳.
부활절날 오전 11시 서울 고속터미널 상가(강남터미널) 10층 고속터키널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염수정 총대리주교 주례로 각 성당 신부와 신자들이 한데 모여 부활절 미사를 드리면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 '소비자를 가족처럼'의 공동 발대식을 갖기로 했다.
현대화된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고전을 거듭하는 신자 상인들을 위해서다.
이들 성당이 이같은 캠페인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재래시장이 침체돼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신자들의 성당 출석도 갈수록 줄어들자 시장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각 성당 신부와 신자 대표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결론은 남을 탓하기보다 상인들 스스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 그래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 '소비자를 가족처럼(약칭 소ㆍ가)' 캠페인이다. 상인드르이 '내 탓이오' 운동인 셈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금액에 관계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고 환불 요구에 성실히 응하며 물건값을 깎아주기보다 품질을 속이지 않겠다는 것. 또 내 상점을 방문하는 손님을 예수님 맞이하듯 정성껏 대하고 고액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 상인이 되도록 실천한다는 것이다. 또한 천주교 신자들이 신자 상점을 이용하도록 해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성당들은 공동 누리방(홈페이지 http://church.catholic.or.kr/expressbus/market)을 구축하는 한편 캠페인의 취지 등을 교육받은 신자 상점에 상징 로고를 부착하고 있다. 상징 로고는 신자 상점을 확인하는 수단이자 그 상점의 신용을 성당이 보증해주는 징표다. 공동 누리방에는 신자 상점들의 명단을 전화번호와 함께 수록하고 각 상점들의 누리방에 연결되도록 해놓고 있다.
또 부활주일 미사에는 시장 성당 사목협의회장 일동이 '남의 탓보다 내 탓을 먼저 하고 서로 믿고 거래하는 경제공동체를 구현하며 정의롭고 정직한 상거래를 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우리의 다짐'을 봉헌한다. 아울러 '물건만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사도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은 '상인의 기도'도 선포하게 된다.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고속터미널성당 권철호 주심 신부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시장과 상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신자들의 변화가 시장과 상가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