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단기적으로 볼 때 환율 하락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지수를 주도하는 대형 IT(정보기술)주들이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이라는 점에서 환율 하락은 지수의 동반 하락을 부추기곤 했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급등락해도 악재다. 과거 사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지난 2002년 4월부터 7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14% 오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21% 하락했다. 지난 2002년 12월 2003년 1월까지 환율이 5% 하락하자 종합주가지수도 22%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최근 조정 양상을 띠는 것도 원·달러 환율 단기 급락에 따른 우려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환율은 주가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인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주가는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보다 우리 경제의 질적 성장으로 원화 강세를 초래했다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 하락하는 동안 지수는 37% 상승했다. 반대로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2001년 중반까지 환율이 1천1백원대에서 1천3백원대까지 오르는 동안 주가는 50% 가까이 폭락했다. 물론 환율 외에 다른 변수들도 있었지만 국내 지수와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수출 증가→원·달러 환율 하락→주가 상승'이나 '수출 둔화→원·달러 환율 강세→주가 하락'의 패턴을 그렸다. 한화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데 대해 "달러화 약세로 비달러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달러화 약세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국내 업체들의 수출 단가가 같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것도 달러 약세에 따른 증시 수급 개선 기대감과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