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으로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치열한 주간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이 과정에서 세계적 투자은행과 로펌(법률회사)들은 '거간꾼' 역할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과 일본 토종 증권사들이 잇따라 일본 내 M&A팀을 확충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내 굵직한 M&A는 제약 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3위 야마노우치가 5위 후지사와를 80억달러에 사들인 것을 비롯 지난달에는 2위 산쿄가 6위 다이이치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이닛폰도 오는 10월 스미토모제약을 22억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M&A 성사 건수는 2천77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 역시 전년보다 2.5% 늘어난 7백83억달러에 달했다. 톰슨파이낸셜의 로버트 배비시 애널리스트는 "올해 일본 내 M&A 건수는 작년보다 20%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덕분에 무척 바빠진 투자은행들은 스카우트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1년간 M&A팀 인원을 20% 늘렸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해 20%의 인원 확충을 단행했고,일본 2위 다이와증권도 투자은행 부서 인원을 75명에서 1백명으로 확대했다. 일본 M&A 시장에 먼저 입성한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경쟁 업체 골드만삭스의 직원을 M&A 팀장으로 영입했다. M&A 열기는 투자은행뿐 아니라 외국계 로펌의 인원 확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계 대형 로펌인 링크레이터스는 지난해 일본인 변호사 30명을 신규 채용했고,미국계 로펌 미거&프롬은 일본인 변호사를 3명에서 25명으로 대폭 보강했다. 닛코씨티증권의 야스다 고이치로 M&A 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M&A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하자 전 세계 투자은행과 로펌들이 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일본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