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과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보고서의 결과를 보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부채비율 낮추기에 주력한 결과 재무구조 수익성 등의 측면에선 성과를 거둔 반면 자산형성 등 투자는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말 국내 15개 대표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백51.2%로 해외 15개 선두기업의 2백50.2%보다 1백%포인트나 낮았지만 이는 설비 및 연구개발투자를 늘리지 않은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설비 등 유형자산 증가율이 세계 대표기업들에 한참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투자도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비교결과를 놓고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가 정말 걱정이다. 우선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의 상실이 크게 우려된다. 5∼10년 후의 성장동력은 지금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따라서 이대로 간다면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더 나오기는커녕 국내 대표기업들과 세계적 기업들과의 격차만 더욱 벌어질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그만큼 선진경제의 꿈도 멀어진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정부 정책이 그렇게 유도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끌어내리라는 정부의 징벌적 구조조정 지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에서 부채비율을 얼마 이하로 내리면 예외로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해당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대상이 안되는 기업들은 자산규모 늘리기를 꺼리는 등 일종의 '부정적'인센티브가 나타난 결과다. 정부가 뒤늦게 규제대상 기업의 자산규모를 조정하고,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출자 등을 예외로 하겠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 규제를 없애지 않는 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가해지거나 주주들의 고배당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는 등의 상황까지 겹치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기업들이 자신있게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그런 환경조성은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것은 이번 한은 보고서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