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KTX 관리.운영은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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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KTX)가 다른 차량에서 떼어낸 부품으로 정비됐는가 하면 각종 고장 정보를 파악해야 할 '차상(車上)컴퓨터'는 잘못된 정보를 남발하는 등 엉성하게 운영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고속철도 운영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나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시정을 통보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개통된 KTX는 같은해 8월까지 고양과 부산차량기지에서 총 67회에 걸쳐 동력차와 객차에서 고장난 부품을 다른 차량의 부품으로 갈아 끼웠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비부품 비축물량이 기준보다 18∼20%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충남 옥산 신호기계실은 고장이 난 전원공급보드 보수품을 구하기 위해 44km 떨어진 영동신호기계실에서 부품을 운반,정비하느라 8개 열차가 최대 29분 지연되는 사고로 확대되기도 했다.
KTX에 설치된 컴퓨터와 주변장치 등을 연결하며 열차 상태를 점검,열차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차상컴퓨터는 지난해 8월 총 1만6천2백50건의 고장정보를 기관사에게 단말기로 제공했다. 그러나 이 중 정상적인 고장정보는 0.2%인 3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정보였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하루 평균 2천1백89건의 고장정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는 데도 공사 측은 알스톰 등 한국TGV컨소시엄에 하자 보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고장정보도 활용하지 않아 중요 고장에 대한 예방조치를 미리 취할 수 없었다.
전차선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팬터그라프'와 전차선간의 거리도 최대 3백90mm로 기준(3백55mm 범위)을 크게 벗어났다. 운행 조건에 따라 전차선으로부터 이탈,자칫 운행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데도 공사 측은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한국TGV컨소시엄의 의견만 믿고 접촉부 확대 등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경북 황학터널 내 KTX 실내 소음이 최대 80.1㏈을 기록하는 등 차량공급계약조건에 제시된 기준치(73㏈)를 초과,승객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 데도 공사 측은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피감기관에 △한국TGV컨소시엄 측에 고장이 잦은 철도차량·신호설비와 기능이 부실한 주요 장비의 하자보수를 요구하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선로시설과 구조물에 대한 시설보완을 서두르며 △진동과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정상환 건설물류감사국 제3과장은 "안전에 당장 위협을 주는 위험요소들은 시정됐지만 심한 진동 및 소음,잦은 차량 및 신호설비 고장 등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차상컴퓨터의 냉각장치 고장 등 주요 장치의 결함이 설계 및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차량 고장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국TGV 측의 하자보증기간이 내년 6월30일로 끝나는 만큼 제대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공사와 공단의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