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과 이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제품이 덩달아 폭등,산업계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텍사스중질유(WTI)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이를 정제한 나프타 가격도 사상 최고치인 50달러를 돌파했다. 폴리에틸렌(PE) 스틸렌모노머(SM) 등 대부분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지난 3개월새 10~30% 가량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나일론 합성수지 등의 원료인 벤젠은 3개월 새 53.1%나 상승,조만간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는 만큼 3월 중 폴리에틸렌 가격을 최소 t당 5만원(3.5%) 이상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유 및 유화업체는 유가 상승분을 당장 가격에 반영시킬 수 있지만 수요 업체들은 가격 전가가 어려워 몸살을 앓고 있다. 유화업계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화섬업계와 플라스틱가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원자재 값이 폭등하자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장기 내수침체에 중국 화섬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고순도테레프탈산(TPA) 에틸렌글리콜(EG) 카프로락탐 등 화섬원료 가격은 이미 지난 한햇동안 두 배 이상 치솟은 상태.화섬업계 관계자는 "수급상황과 유가가 전방에서 원재료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어 경영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것 같다"며 "신규 거래처를 확보해 구매처를 다변화하거나 재고분량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 외에는 대응책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은 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사에는 직격탄이다. 특히 싱가포르 항공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지난 16일엔 배럴당 66.7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 평균치(51.04달러)보다 15달러나 높은 가격이다. 연간 2천6백만배럴의 항공유를 쓰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2천6백만달러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자동차와 가전업계도 강판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플라스틱류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특히 유가 상승으로 자동차 유지비 부담이 커져 침체된 자동차 내수판매가 더욱 얼어붙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병일·유창재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