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발표한 '대일 신독트린'의 골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제2의 한반도 침탈'과 다름없다고 규정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일수교 이후 40년간 지속해온 '조용한 외교'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제는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일본의 성의있는 조치를 주시한 후 필요할 경우 유엔상임이사국 진출 저지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1995년 8월 일본 무라야마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 이후 10년간 유지 발전돼온 '일본의 변화를 기대하는 외교'에서 '변화를 적극 촉구하는 외교'로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과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빚어진 일본측의 우리에 대한 주권침해 및 한국폄하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의 '미래지향적 조용한 외교'가 취지는 좋지만 그 전제 조건인 '철저한 과거 직시'도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인권존중과 인류보편적 규범의 준수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일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나설 것임을 촉구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그리고 화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다. 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그 모범사례로 독일을 언급하고,독일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과·보상하는 도덕적 결단을 통해 유럽통합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국내용 발언'이라고 폄하,17일 신독트린에서 그 입장이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표현됐다. 물론 정부는 이번 독트린에서 △양국간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위한 일본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선린우호관계 훼손을 원치 않고 기존 정치 경제 인적교류를 지속하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그 표현의 강도와 대응방안의 구체성은 기존 것에 비해 비장하다. 이와관련,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영토문제와 과거사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과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독도 등 주권 및 과거사문제를 경제교류 등 여타 한·일간 현안과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기적으로 한·일관계를 해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대해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사과와 배상받을 것은 받는다는 입장을 앞으로는 정부차원에서 견지해나가겠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과거사와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한·일간 경제교류 등 협력관계 유지와는 분리한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며 "독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천명한 만큼 향후 영유권 확립을 위한 후속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최근 몇년간 한·미동맹의 약화로 일본의 고자세 외교가 나타났고,독도문제를 일본 정부가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