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5일 개교 1백주년을 기념해 고려대가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잇달아 서울로 초청해 특강자리를 마련하는 "노벨상 수상자 강연 시리즈"를 개최한다. 그 첫번째 행사로 대니얼 맥패든(Daniel McFadden)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의 강연이 17일 오후2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렸다. 맥패든 교수는 이날 "경제적 선택:소비자의 행동과 경제정책 분석"(Economic Choices:Consumer Behavior and Economic Policy Analysis)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지난 50년간의 소비자 행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개인들의 이성적인 정보 처리와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되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되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맥패든 교수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개인적인 주관에 따라 결정을 내릴 때 수반하는 욕구 언행 등을 연구하면 소비자의 "이성적 행동"의 범위를 알 수 있다"며 "이는 경제활동을 조율하려고 하는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오늘 강연의 주제는 개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것이다. 지난 50년간 소비자의 선택은 심리학 경제학 경영학 공공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의사결정과 선택은 경제학 이론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비유하자면 개인의 행동을 비추는 창문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표준모델(SM)을 만들어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계화하려고 했다. 그들은 개인의 선택은 안정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하며 경험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모델을 만들었다. 선택을 위한 사물이나 상황의 인식은 개인이 정보를 처리하고 그 정보를 경험과 통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통계적인 법칙들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표준모델은 경제적 분석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기능해 왔다. 나는 1965년 이것을 실용적인 모델로 전환하는 작업을 한 끝에 "다항 로짓 모델"(Multi-Nomial Logit Model)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모델과 다른 것은 개인이 갖는 환경이나 주관적인 특성들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이 관찰할 수 없는 개인적 특성들이 특정한 확률적 분포를 이룬다는 가정하에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분석하는 의사결정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MNL모델을 테스트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고속통근철도(BART) 시스템에 적용했다. 우선 여행자들의 차편 선택,즉 혼자 운전해서 가는지,카풀을 하는지,아니면 버스를 타고 가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자료를 통해 MNL모델을 측정했고,이를 이용해 2년 뒤에 개통될 실제 BART의 승차율을 예측했다. 우리는 여행자들의 6.3%가 BART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6.2%가 BART를 이용했다. MNL모델은 선거 결과의 예측,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분야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기업의 마케팅에도 물론 활용이 가능하다. 개인으로서의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정부와 기업은 이 모델을 통해 개인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를 추측하고 그에 걸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개인의 의사결정 행위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적 불규칙성"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주관적 요인이 비합리적인,뒤늦게 후회할만한 의사결정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비합리적 의사결정도 일정한 경향성을 띈다는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정치인,영업사원들은 이 같은 불규칙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때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경제주체 중 특히 기업은 종종 비합리적 선택을 이끄는 불규칙성을 이용한 광고 홍보 전략을 펼 수 있는데 소비자로서의 개인은 자신의 잘못된 인식을 했다는 것을 빨리 알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결정 후에도 후회할 일들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의사결정은 시장경제체제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개인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만은 정부에서 해줘야 한다. 개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개인이 경제적으로 파탄지경에 이르거나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인의 선택은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연구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된 분야인 문화적.사회적 규범의 진화,규범과 개인의 선택 사이의 상호작용 등을 과학적으로 수량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정리=강동균.송형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