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말단직원 씨티그룹 CEO 되다..'씨티그룹 그 열정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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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업에서 돈의 흐름을 빼고 경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의 중요성,금융회사의 경쟁력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씨티그룹 그 열정과 도전'(아메이 스톤·마이크 브루스터 지음,이종천 옮김,황금부엉이)은 세계 최대 금융회사이자 한미은행을 인수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씨티그룹의 숨은 실력자 샌디 웨일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경영혁신을 통해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처럼 샌디 웨일은 월스트리트를 주도한 신화적인 존재였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 시어슨을 미국에서 두 번째 큰 증권회사로 만들었고 1998년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을 성사시켜 씨티그룹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 책의 묘미는 금융에 대한 문외한들도 월스트리트나 금융회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샌디 웨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샌디 웨일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중간 중간에 금융산업의 특징과 금융회사 경영자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소개돼 있다.
예컨대 샌디 웨일도 증권사 말단 직원으로 일을 배우면서 몸으로 직접 체득했기 때문에 현장 경영을 중시했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훗날 CEO가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현장 경영과 현장 감각을 중요시하는 경영자로 성장했다.
사업 초기에 그는 1960년대 미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개인투자자들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당시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게임 법칙은 대기업 연금펀드를 위해 대량의 주식을 거래하거나 기업간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것이었지만 그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소규모 거래가 대규모 기관 거래 못지않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날고 기는 인재들이 모인 월스트리트에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의 기업 인생에서 또 하나의 빅 아이디어는 금융 서비스의 교차 판매였다.
주식 중개인이 보험을 팔고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증권 계좌를 개설하도록 권유하고 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등의 아이디어들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마침내 씨티그룹을 통해 실현했다.
일종의 금융 종합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에게 원스톱 쇼핑을 제공한다는 거대한 비전이었다.
그래서 샌디 웨일은 기존의 틀에 얽매여 사업을 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다.
그는 대공황 시대 금융회사의 겸업을 금지한 '글라스 스티겔법(Glass-Steagall Act)'을 폐지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금융산업계에서도 샌디 웨일 같은 경영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3백60쪽,1만3천8백원.이동현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