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80km,허드슨 강이 굽이치는 천혜의 요충지. 독립전쟁 당시 영국 함대를 저지하는 보루로 구축됐던 이곳에 웨스트 포인트 육군사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인종·성별·지역을 초월하여 미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특수 집단,최고의 리더십 스쿨'로 불리는 학교.1802년 창설된 이후 6만명만이 이 땅을 밟았다.


하지만 로버트 리,맥아더,아이젠하워,패튼 장군을 비롯 코카콜라 듀폰 등의 기업 회장,일류 대학 총학장 등 민간 부문의 쟁쟁한 리더와 CEO를 배출해 냈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외부인으로는 처음 한 기자가 이곳 사람들의 애환과 땀냄새 섞인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강하게 살아라'(데이비드 립스키 지음,신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사)는 저자가 47개월 동안 이 학교 내외에 거주하면서 신입 생도들이 임관하기까지의 과정을 포착한 결과물이다.


편한 일반대학 생활을 거부하고 제복과 규율·훈련에 스스로를 옥죄는 4년 간의 도전과 극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체력 검정에서 떨어져 퇴학 위기에 직면하거나 학업 부진·향수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때로는 비열하고 때로는 의젓한 그들의 행동까지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여생도가 처음 입교한 1976년에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


'당시는 선배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안녕하십니까"라고 경례해도 외면당하는 게 보통이었다.


일부 난폭한 남자는 여생도 방에 들어와 계란을 던지고 면도 크림을 뿌리고 심지어 이상한 행위까지 했다.


결국 첫 입학생 1백19명 중 61명만이 졸업할 수 있었다.'


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생도들이 매우 지치게끔 짜여져 있으며 그렇지 않을 때는 짜증나게끔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삶으로써' 한계점을 U턴하며 이것이 바로 그들의 경쟁력이 된다.


그렇게 4년,단풍 곱기로 이름난 이 곳 가을이 깊어지면 졸업반은 짐 쌀 준비를 한다.


병과와 근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이탈리아나 하와이가 아닐지라도 또 비록 보병일지라도 구호는 변함 없다.


'나를 따르라.' 3백80쪽,1만2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