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이사 사장(43)이 회사 설립10년만에 '명예로운 퇴진'을 하고 내년께 유학을 떠난다.
안 대표는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미국 대학원에 입학해 기업가 정신을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연구소는 주총에서 김철수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씨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보유중인 안철수연구소 지분(38.48%)은 처분하지 않을 예정이다.
안씨는 주총 후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본사에서 열린 창사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전부터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부하고 돌아왔을 때 받아주는 곳이 있으면 학계에서 교수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안철수연구소 설립 후) 지난 10년동안 영화 '버티컬 리미트'에 등장하는 암벽등반가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정상은 보이지 않고 밑은 끝없는 낭떠러지인 곳에서 버티는 것이 벤처사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0년간 일해보니 수익창출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였다"면서 "창업 후 끊임없이 일본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면서 '본질과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믿음을 갖고 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씨가 대표직을 내놓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그는 "회사가 창립 9년째로 접어들어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을 보니까 '이제 내가 대표로 있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업보다는 공부하고 강의하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이니 노안이 오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직 학교를 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해 '테크놀로지 앙트러프러너십'(기술 기업가정신)을 공부할 생각이다.
그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창업해 회사를 꾸려가는지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서 "아직 준비가 안돼 당분간 국내에서 연구원 자리를 알아보고 유학은 내년 9월께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계획은 없지만 공부를 끝낸 뒤 교수가 되고싶은 마음도 있고 회사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또 "안철수연구소는 앞으로도 건전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