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삼성 중국본사 사장이 중국 내 삼성 사업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부임한 박 사장은 18일 베이징의 샹산에서 4백여명의 중국본사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사 1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16개 관계사가 중국에 세운 29개 공장을 비롯 89개 거점을 진두지휘하는 그가 본사 건물 앞 표지를 '삼성중국'에서 '중국삼성'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언론에 배포하는 자료도 '중국삼성'으로 바꿨다.


임직원들에게 삼성 배지를 달도록 한 것도 변화의 하나다. 삼성에 다닌다는 자긍심을 스스로 가져야 진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박 사장의 소신을 반영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같은 취지에서 박 사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중국 내 자체 사옥을 마련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중국 국민에게 사랑 받고 현지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자"며 변화를 강조했다. 또 3가지 실천사항으로 △위기 의식 무장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정도 경영을 제시했다.


그는 삼성 특유의 위기의식도 강조한다. "전세계 일류기업이 몰리고,외국기업을 능가하는 중국기업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외자에 대한 우대정책이 줄어드는 지금이 위기"라는 점을 수 없이 강조한다. 사업 경쟁력,현지화 경영,중국 인재 양성 수준을 냉철히 되돌아 보고 미래를 대비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의 경영스타일은 '실사구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다른 선양과 상하이의 진열대에 놓이는 제품은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간부들에게 고객이 필요로 하면 평일에 골프를 쳐도 좋다고 허용한 것도 실용적인 그의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법을 준수하고 도덕성에 근간한 정도 경영을 강조한다. 삼성은 지난해 중국사업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근무체제를 재정립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여러가지 개선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톈진 상하이 동북3성 쓰촨 지역 사업장을 이미 돌았을 만큼 현장을 챙기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경영진단팀장을 6년 간 맡아 업무파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그는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SDI의 중국진출 때 협상대표로 참가,중국 고위층과의 인맥도 두터운 편이다. 쩡페이옌 공업담당 부총리와 우이 대외경제 담당 부총리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심중을 잘 헤아릴 수 있는 박 사장을 중국 사령탑에 앉힌 것은 삼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에 큰 승부를 걸기 위한 정지작업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