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피자집서 '불굴 경영' 배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피자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성신제씨가 SK㈜ 임직원들을 상대로 경영 노하우를 한 수 가르쳤다.
SK㈜는 서울 서린동 본사빌딩 3층에 강당 '수펙스실'을 새로 마련하면서 18일 첫 외부강사로 성신제피자의 성신제 고문을 초청,강연을 들었다.
최태원 SK㈜ 회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신헌철 사장,황규호 전무 등 1백50여 임직원이 참석,'피자집 주인'의 열띤 강의를 경청했다.
성신제 고문은 이날 강연에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미쳐라,그러면 성공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SK㈜ 직원들은 LG칼텍스정유 간판만 봐도 부들부들 떨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강한 적개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경쟁업체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무엇보다 '패기'를 요구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자본금은 단돈 7만2천원에 불과했지만 제게는 패기와 신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막대한 자본이 있었습니다." 실제 성씨 자신도 홀홀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외식업체 피자헛 국내영업권을 따냈으며,막강 외국브랜드가 판치는 피자시장에 순수 토종 브랜드를 내놓는 등 패기로 똘똘 뭉친 인물.
성신제 고문은 SK㈜가 소버린자산운용이라는 외국 자본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한 듯 비정한 외국 자본을 경계하라는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피자헛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3백억원대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다 거대자본을 앞세운 피자헛의 횡포로 인해 무일푼 알거지 신세로까지 전락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52개 직영점포를 개설해 장사가 잘되니까 9년간의 인연을 팽개치고 일방적으로 가맹점 재계약 취소를 통보하더라고요." 토사구팽은 다국적기업의 생리라며 "힘들더라도 SK 브랜드를 잘 지켜나가라"고 충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거듭된 사업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50의 나이에 '성신제피자'를 창업,오뚝이처럼 재기하는데 성공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안전장치를 만들라'는 조언으로 이날 강연을 마쳤다.
"놀이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탈 때도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하는데 직장생활은 청룡열차보다 몇배나 위험합니다.
도전정신과 희망이라는 우리 인생의 안전장치를 놓지 않아야 역경이 닥쳐도 쉽게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강의 직후 SK㈜ 이현석 조직개발팀장은 "지난해 총각네 야채가게 주인을 초청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무척이나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배울 점이 있다면 구멍가게 출신이라도 초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