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중도'시리즈로 유명한 이왈종화백(60)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20일 끝난 그의 개인전에는 연일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전시장이 붐볐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작품중 '생활속의 중도' 대표작만 모은 5만원짜리 화집 초판 1천여부도 동이 나서 재판 제작에 들어갔다. 갤러리측은 밝히지 않지만 출품작의 상당수가 팔려 나갔다. 홍라희 삼성미술관장도 구입했다. 그의 인기는 지난 16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경매에는 4호 크기의 '생활속의 중도'(추정가 1백30만~1백80만원)가 출품됐다. 1백20만원을 시작가로 10만원씩 호가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경매가 이뤄졌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2백만원을 돌파했다.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낙찰가는 무려 7백만원.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이럴수가!"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감정 전문가가 매긴 추정가가 호당 가격으로 돌변해버린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화백의 작품은 화랑에서 보통 호당 60만원선에 판매된다. 요즘엔 호당 가격이 큰 의미는 없지만 7백만원이면 10호보다 조금 큰 그림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경매 참여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왜 그 조그만 그림 가격이 7백만원까지 뛰었을까? 경매를 진행했던 박혜경 경매사는 "최종적으로 손님 두 명이 경합했는데 둘 다 지난 1월 경매에 나온 이화백 그림을 놓쳤던 경험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가격 불문하고 반드시 사야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갖고 나온 경매 참여자가 최소 두 명이었다는 얘기다. 이 그림은 게다가 구작(舊作)이다. 이 화백이 제주에서 작업에만 몰두하던 시절인 90년대 초에 그린 작품이다. 구작이 신작보다 비싼 것은 인기작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구하기 쉽지 않은 '희소성' 때문이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이 장식적이고 진지하지 않은 그림이라고 꼬집는다. 골프를 소재로 그리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만큼 관람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편안한 그림도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어떻든 그는 미술계에 몇 안되는 '스타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