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 중앙대 법대 교수 > 독도 문제로 한·일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이 우리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다케시마의 날' 제정조례안을 상정,통과시켰기 때문이다. 1905년 2월22일 일본은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 편입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독도는 주인이 있는 섬으로 편입 대상이 아니었다. 시마네현 고시는 관련국에 대한 통보 없이 은밀한 방법으로 그것도 일개 지방정부 차원에서 행해진 '문서 점령'에 불과했다. 따라서 국제법상 무효이다. 1백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또 다른 무리수를 두고 있다. 남의 나라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지방 조례로 '독도강탈 기념일'까지 만든 까닭이다. 시마네현의 조례는 지방의회 차원의 입법일 뿐이어서 국제법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일본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는 종래 입장을 기정 사실화하는 한편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의 명분을 하나 더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마네현 조례는 우리로선 결코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조례가 일본 정부의 암묵적 지원하에 채택됐고 일제 식민통치 미화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대일 신독트린을 제시하면서 그 하나로 독도 영유권 수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시비에 대해 기존 무시·무대응 전략을 버리고 '단호한 대응' 및 '적극적 수호'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일제 강점의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독도는 '오늘의 영토주권 지키기'뿐 아니라 '과거사 바로잡기'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러기에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대응 방향이라고 하겠다. 독도 영유권 수호를 위한 후속 조치는 무엇보다 '충분한' 영토주권 행사 및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정부는 주민 이주 허용(유인도화),기자들의 취재를 위한 접근,일반 국민들의 독도 입도(入島) 등을 허용 내지 확대키로 했다. 국회도 여야 의원의 독도 방문,관련 예산 확대,독도의 보존·이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초당적 대처를 다짐했다. 더불어 그간 훼손된 독도 영유권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와 관련,일부에서는 1999년의 '신 한·일어업협정'을 전면 파기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전면 파기보다는 독도 주변의 중간수역제도 폐기(협정의 일부 종료)를 선언하고 잠정적 성격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가상경계선 설정 협상을 제의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99년의 어업협정 체결 과정에서 범했던 잘못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즉 울릉도가 아닌 독도를 기점으로 해서 EEZ를 주장해야 한다. 이밖에 일본에 대해서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 폐기를 요구하는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대마도의 날' 조례 제정 추진과 같은 감정적인 맞대응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저하시킬 뿐 독도 영유권 강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1954년 9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가 해결하자고 제의한 적이 있다. 여기서 일본의 이중성을 보게 된다. 일본은 현재 영토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방 4개 도서와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를 ICJ에 부탁해 해결하려 하고 있는가? 우리 땅 독도를 외교적 협상이나 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더 이상의 독도 침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한·일 관계보다 국토와 주권(독립) 수호가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독도 지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계와 민간단체는 독도의 역사적·국제법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영문 홈페이지 개설,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독도 알리기,국제 사회에 대한 독도 지도 배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관반민의 독도재단 설립도 필요하다. 독도는 명명백백한 한국의 영토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의 혼과 생명이요 자존심의 문제로서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