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작가인 이석주씨(53·숙명여대 교수)가 2001년 성곡미술관 초대전에서 보여준 '타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크기가 1천5백호에 달하는 이 작품은 시간의 노예가 된 다양한 인간 모습을 담은 것으로 작가가 90년대에 선보였던 '서정적 풍경'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야심작이었다. 그의 그림이 다시 '서정적 풍경'으로 되돌아왔다. 24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4년 만에 갖는 개인전에 최근작인 '사유적 공간' 시리즈를 내놓는다. 신작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서정적 풍경'을 보여준다. 시계와 말이 등장,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초현실세계 이미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꽃과 소녀가 추가되고 아크릴 대신 유화로 바꿨다. 또 매끈한 바탕의 '차가움'에서 질감이 느껴지는 표면으로 대체해 인간적인 체취와 따스함을 강조했다. 이전의 작품들이 작가의 내적인 갈등과 고독을 반영했다면 신작들은 훈훈한 사람의 온기가 배어 있다. 화면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시계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북한강이 바라보이는 양수리의 편안한 작업실에 있을 때도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며 "시계는 바로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이러한 구속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화들이 이전의 아크릴 작품에 비해 공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작품 한 점 완성하는 데 꽤나 오래 걸렸을 듯싶다. 이번 전시 이후 스페인의 'ARCO',일본의 'NICAF' 등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4월2일까지.(02)544-84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