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마케팅 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피라미드 마케팅,교차판매 마케팅,타깃 마케팅 등 은행권으로서는 새로운 방식의 판매기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뱅크 워(war)'로 표현될 만큼 은행간 고객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물론 은행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전히 금리다. 시중은행들이 일반 예금금리보다 0.5%포인트 높은 연 4%대의 특판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특판상품 경쟁의 본질은 수신경쟁이 아니라 우량 고객 쟁탈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경쟁은 역마진의 부담 때문에 한계가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금리경쟁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상품의 이런 문제점을 상쇄하기 위해 최근 도입한 마케팅은 교차판매(cross selling) 방식. 가령 주가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정기예금에 들 경우 보너스 금리를 지급하는 식이다. 은행은 예금 고객을 설득해 펀드 및 방카슈랑스에 가입토록 유도한다. 또 예금 고객들을 대출 고객으로 유도하고,대출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는 식으로 수익창출의 기회를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라미드 판매'를 응용한 마케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씨티은행 등이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MGM(Member Get Member)'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MGM이란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하면 골프채 명품화장품 호텔숙박권 등으로 답례하는 것을 말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MGM이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고객 충성도도 MGM으로 확보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고객 유형에 따른 '타깃 마케팅'도 한층 정교해지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부터 고객의 유형을 6가지로 분류하고 영업점에서 각기 다른 상품을 권하도록 하고 있다. 'A유형은 주가연동예금,B유형은 해외투자펀드,C유형은 적립식펀드…' 하는 식이다. 가령 창구 직원이 단말기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상품을 우선 권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모든 고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입을 권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연초 이와 유사한 CRM 제도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은행들은 이밖에 유학생 자녀를 둔 고객에게는 매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환율정보를,펀드 고객에게는 펀드 신상품을 이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등 고객 유형에 따른 부대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송승영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팀장은 "은행전쟁은 제한된 시장에서 이뤄지므로 빼앗지 않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