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이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지금 사 놓으면 무조건 돈이 된다'라는 투기심리가 워낙 강해 정책이 잘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K씨의 경우는 이곳 부동산 가격의 폭등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최근 상하이 구베이(古北)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사기로 가계약을 맺었지만 본계약 체결 직전 중국인 매도자로부터 집을 팔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집값이 폭등하자 매물을 거둬들인 것. 이 중국인은 위약금 5만위안을 합쳐 모두 10만위안을 선뜻 내놓았다. 돈을 받아든 K씨는 "웃어야할지,울어야할지 모르겠다"며 부동산중개소를 나왔다. 상하이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춘절(春節·음력설) 이후다. 올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묻지마식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 중국인들은 백화점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듯 아파트를 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택은 '사 놓으면 돈 되는 상품'에 불과합니다."(부동산랜드 김형술 사장) 구베이의 고급 아파트인 업타운의 시세는 ㎡당 2만1천∼2만3천위안. 우리 식으로 치면 평당 8백70만∼9백50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춘절 이후 한달동안에만 ㎡당 약 3천∼4천위안,20%안팎 올랐다. 그런데도 요즘 매물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하이 부동산시장에 외국인도 큰손이다. 중견기업 주재원인 P씨는 최근 서울에 있던 집을 정리,그 돈으로 상하이의 고급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이미 아파트 3채를 사들인 그는 "투자수익률을 비교할 때 서울과 상하이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투기억제를 위해 더욱 '강력한' 카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보유 1년 미만의 아파트 매각에 대해 5.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인민은행(중앙은행)부동산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기도 했다. 부동산담보 대출 비율은 기존 최고 80%에서 70%로 낮춰졌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5.5%의 양도소득세로 한 달에만 10% 이상씩 급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상하이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국인들은 집을 내놓으면서 양도소득세를 집값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집값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을 급격하게 냉각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란 '든든한' 믿음도 한몫한다. "상하이의 경우 작년 신규대출의 76%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 부동산경기 위축이 금융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베이징 수도경제무역대학 왕신보 교수)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상하이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는 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최근 조치로 집 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당국의 외국인부동산투기 조사 결과에 따라 외국인투기 근절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