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홀로코스트와 후소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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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지난 15일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holocaust) 역사박물관 개관식을 가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40여개국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전쟁 당사국 중 딱 한 국가에 대해선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이스라엘이 일본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전쟁의 피해자인 양 역사를 왜곡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스라엘은 침략 전쟁을 일으키고 동남아 여러 국가를 수탈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기는커녕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개관식에 초청된 독일은 과거 '침략 역사'를 분명한 말로 사과했다.
독일의 피셔 외무장관은 "유대인 대학살은 독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었고 역사적 도덕적 책임을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독일은 세계대전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건재하다.
수시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정부가 최근 일본의 독도 망언과 역사 왜곡에 대응해 '대일 신독트린'을 선언하자 일본은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 명의 담화문을 내놓았다.
일부 담화 내용 중에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독도 도발'과 관련해선 '감정적 대립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군위안부 문제와 사할린 징용자 등의 청구권에 대해선 '해결 완료된 문제'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역시 분명한 반성과 사과 대신 "감정적 대립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전히 사태를 회피하고 덮으려는 모습이다.
지금의 한·일간 냉기류는 전적으로 일본이 역사적·실체적·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서 시비를 걸고 역사를 왜곡한 데서 비롯됐다.
일본의 독도 망언과 역사 왜곡은 '한국인의 영혼 속을 깊이 뚫고 들어가는 바늘'(미국 LA타임스)이다.
식민 통치 36년의 멍에를 진 한국인에게 또다시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나아가 일본 정부가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 조례'를 지방자치단체의 일이라고 방관하고 후소샤(扶桑社)가 중학교용 공민교과서에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내용을 담는 한 일본은 강대국으로 대접받기 힘들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지구촌 일원으로서의 자격까지 의심받아야 할 판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상식을 존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한·일 양국이 미래로 행진을 계속할 수가 없다.
일본은 한·일 양국간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면 그 길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그 장애물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일본이 외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구호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한국민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는 일본 외상의 담화 내용이 진심이라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일본 정부는 양국 국민의 감정적 대결까지 촉발시키고 있는 독도와 역사 문제를 결자해지하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라도.
김영근 정치부장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