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팔지는 않고 사기만 하는 새로운 중고차매매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한 회사가 승승장구,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걸리버인터내셔널. 지난 94년 설립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순익기록을 경신중이다. 이 회사가 2003년에 거래한 중고차는 30만대로 경쟁사인 도요타 계열의 T업이 6만5천대를 사고 판 것과 비교하면 사업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최신호(19일자)에서 유통혁명 사례로 이 회사를 소개했다. ?걸리버의 중고차유통 혁명=걸리버에는 다른 중고차 매매상과 달리 넓은 전시장이나 말 잘하는 딜러가 없다. 개인들에게 중고차를 사들이는 것은 같지만 전시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경매회사에 일주일마다 도매로 넘긴다. 개인이 중고차를 가져가면 영업소 직원은 연식,주행거리,하자 정도만 확인해 본부에 보고하고 가격산정은 본부가 일괄적으로 한다. 본부는 45만건의 최신 경매 낙찰가 표를 보고 해당 차량의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산정 기준이 자세하게 제시돼 있기 때문에 차를 팔려는 사람은 돈을 더 받기 위해 영업소 직원과 입씨름을 할 필요가 없다. ◇투명성과 저비용구조=이 같은 사업모델은 투명성과 비용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우선 부르는 게 값이던 중고차 시장에서 체계적인 가격산정 시스템을 도입해 투명성이 확보됐다. 걸리버는 본사 가격감정사가 가격을 부풀리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차를 산 가격과 경매로 넘긴 가격의 차이가 클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제도도 운영한다. 또 차가 팔릴 때까지 전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재고 리스크가 거의 없고,영업소에는 최소 인원만 상주시켜 인건비가 절감된다. 걸리버를 통해 경매에 나오는 차는 이 같은 저비용구조 덕분에 가격이 낮아 유찰확률이 업계평균(50%)보다 훨씬 적은 30%에 불과하다. ◇시장포화가 관건=걸리버의 매출은 올해 2월결산 잠정 실적에서 전년대비 15% 늘어난 1천4백억엔,영업이익은 14% 증가한 88억엔으로 나타났다. 주가도 1년 전 대비 80%나 오른 주당 1만5천엔대에 거래된다. 하지만 중고차매매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 이 같은 고성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걸리버는 이 점을 인식,인터넷을 이용한 경매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