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외자유치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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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손학규 경기도 지사가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펼쳐보인 외자유치 명단 중 인텔의 R&D(연구개발)센터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을 유치해서 그런 게 아니고 정부가 2년 전부터 대외홍보용으로 그렇게 떠들어대던 인텔과 이제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MOU는 법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데도 그 MOU 하나를 맺는 데 2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정부는 그 사이 대단한 외자유치라도 성사시킨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을 생각하면 속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텔 본사를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정부는 몇십억달러의 외자 유치가 이뤄질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인텔의 투자 규모는 고작해야 2천5백만달러가 안되는 선에서 결정됐다.
투자 규모나 인력 면에서 인도나 말레이시아가 유치한 R&D센터에 비하면 구멍가게밖에 안된다.
인텔을 유치한 손 지사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지만 중앙정부가 그동안 온갖 홍보로 국민을 현혹했다는 점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외자유치 과장 홍보나 뻥튀기 발표는 인텔 건만이 아니다.
작년 말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 주도로 발표한 광양만 및 영종도 개발 30억달러 투자유치건도 단순 상담을 한껏 부풀린 사례로 꼽힌다.
염 의원측은 투자 주체로 미국의 부동산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까지 끼워넣고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방한 계획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자 뉴욕에 있는 트럼프 사무실에선 처음 듣는 얘기라며 놀라워했다.
투자 유치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동포 사업가는 보충 취재를 원하는 기자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못했다.
그런 데도 국내에선 30억달러 유치가 금방 성사될 것처럼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외자 유치는 일자리 창출이나 기술이전 차원에서 볼 때 중요하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큰 건이라도 올린 양 뻥튀기하는 사례가 되풀이되는 현실은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것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