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에 21시간 머물면서 북핵문제를 조율하고 한국인의 '마음'을 잡는 데 주력했다.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성사를 위해 북한을 '주권국가'로 지칭하는 등 종전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은 20일 한·미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협상테이블에서 북·미 대화를 가질 수 있다"며 "북한과 전쟁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은 전략적 선택을 통해 안전보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안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미 국무장관이 직접 이를 다시 공개 언급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혀 자신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해명과 취소를 요구하는 북한에 '미소'를 보냈다. 이에 앞서 라이스 장관은 지난 19일 일본 조치대학에서 가진 아시아 외교정책연설에서 이미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 중에서 처음으로 북한을 주권국가로 표현했다. 라이스 장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존재를 인정,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며 △북한과 미국에 유연한 입장 변화를 요구한 중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 북한에 대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당국자들은 미국의 유연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내 6자회담 재개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 또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개최 제의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라이스 장관이 대북문제에 관해 종전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와 독도 문제에 대한 무개입 원칙 천명은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