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관료로선 드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으로 오늘날 부총리까지 오른 데는 그의 아내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영향이 컸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이던 지난 79년 유학을 결심하게 된 데는 우선 박 총재의 강의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미국에서 막 박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박승 당시 한은 조사역은 경제기획원의 '사무관 학생들'을 앞에 놓고 국민총생산(GNP) 개념부터 설명했다. 이 강의를 들은 한덕수 당시 사무관은 약간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당시 상사로 모시던 남덕우 경제부총리의 해박한 식견도 부러웠다는 것. 결국 한 부총리가 유학을 결심하고 입학 허가서를 받은 곳은 미국 내에서도 경치가 좋다는 주에 위치한 콜로라도대와 플로리다대. 두 곳 중 어디로 갈지를 아내인 최아영씨와 상의했더니 아내는 다짜고짜 "초일류 대학이 아니면 유학갈 필요도 없다"며 그의 눈앞에서 입학 허가서를 찢어버렸다. 깜짝 놀란 한 부총리는 다시 머리를 싸매고 노력한 끝에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마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한 부총리는 박사 학위를 따게 만든 계기가 된 박 총재와 지난 17일 오찬간담회를 갖고 회포를 풀었다. 또 그의 아내는 오랜 관료생활 중 진로나 처신 등에 대해 조언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