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위한 노사혁신 방안] (노ㆍ사ㆍ정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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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조에 이어 부산,인천 항만노조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강경파의 물리력 행사로 세차례나 무산되는 파행을 겪었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사내하청의 불법파견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고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안 국회통과 저지를 위해 총파업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권력화 이념화되며 정상궤도를 이탈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현장을 혼돈과 무질서로 몰아가며 기업 경쟁력의 저해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노사관계 선진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노.사.정.공익 대표들을 초청해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노사혁신 방안은 무엇인지,이슈별로 의견을 들어보았다.
[ 참석자(가나다순) ]
권오만(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영배(한국경총 부회장)
이석행(민주노총 사무총장)
정병석(노동부 차관)
최영기(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사회 윤기설(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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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최근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참여가 강경파의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에서의 노사로드맵 논의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은 없나요.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사회적 대화 참여를 찬성하는 대의원들이 6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수적으로 열세인 반대파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집행부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전자투표 시스템이나 개별설문 취합 등 대의원들의 뜻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김영배 한국경총 부회장=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하자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는 4월 총파업을 위한 명분이거나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비정규직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민주노총이 복귀한 노·사·정대표자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는 주제는 정식 노사정위의 개편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논의방향 등 크게 두 가지입니다.
따라서 노·사·정대표자 회의에서 비정규직문제 법안에 대해 얘기하자는 것이나 대화를 재개하겠다면서 총파업을 동시에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 원장=대화와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민주노총의 노선은 운동방식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것으로 평가합니다.
민주노총이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평가해줘야 하고 민주노총은 이 같은 집행부의 결정을 조직원들이 잘 따라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사회=요즘 노동현장은 비정규직 문제로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비정규직은 원래 정규직의 대체인력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등 고용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선행된 가운데 비정규직 사용한도를 명문화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회=하지만 파견업종을 모두 허용하지 말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지 않나요.
○이 사무총장=파견이 됐으면 원청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국회에 계류돼 있는 파견법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미 정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해 놓고도 사법처리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국회에서 이 파견법이 통과되면 현대자동차 같은 과거 불법파견 사례가 모두 합법화되는 것 아닙니까.
○정 차관=현대자동차 부분은 노동계가 잘못 파악하고 있습니다.
불법파견으로 확인이 되면 사법부가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파견법이 통과돼야 노동부가 불법파견에 대해 직접 고용하도록 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게 됩니다.
○김 부회장=현대자동차 부분에 대해 오해를 해소하려면 이 곳에 비정규직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외환위기 이후에 일감이 떨어져 유휴인력 6천여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조가 이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노사합의로 이뤄진 이 부분에 대해 지금에 와서 노조가 문제삼아 회사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최 원장=비정규직 문제는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선 노조측에서는 반드시 연대임금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 뒤에 정부와 기업에 자신의 입장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사회=사실 노동계층 간 임금격차는 노사관계 발전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문제는 노동생산성과 관련이 있어 해법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권 사무총장=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대신 사용자들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인상 자제분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노동자들에게 주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도 사회안전망에 대해 확실한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김 부회장=사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10%를 내리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2배 이상 오를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협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사회적 안전망만 강화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사라질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사회=일부 대기업 노동자의 연봉이 6천만원이 넘는 데 반해 거래소와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5천만원을 못받는 임원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대기업노조도 이제 임금안정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이 사무총장=대기업의 경우 성과급 때문에 임금총액이 많아진 겁니다.
성과급의 문제점은 대기업 정규직만 주고 비정규직과 하청업자들에게는 전혀 안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 부회장=성과급 없이 기본급만 올리면 경영실적이 나쁠 때 회사는 부담이 매우 큽니다.
사람도 한번 뽑으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데 임금까지도 한번 고정시키고 움직일 수 없으면 정말 죽을 지경일 것입니다.
임금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져 기업부담이 갑자기 커지거나 반대로 노동자 임금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호간 중립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사회=최근 기아차와 항운노조 채용비리 이후 노조의 권력화,특권화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업경쟁력 향상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합리적 노동운동은 없을까요.
○권 사무총장=한 순간에 노동운동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소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산별노조 체제로 가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 차관=산별교섭이 그동안 교섭비용을 너무 올려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노사상생을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한다는 노사관계의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최 원장=노사관계는 현재 변화의 꼭지점에 와있습니다.
앞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반드시 비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적인 활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완전한 산별교섭으로 가기는 힘들겠지만 일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큰 대기업노조의 힘을 빼고 상급노조에 힘을 실어줘야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연말까지 입법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문제는 올해 노사간 최대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 부회장=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를 법으로 규정해 오는 2007년에 정식으로 시행됩니다.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조측이 감안해줘야 합니다.
○정 차관=단위사업장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노·사·정 간에 이미 합의된 사항인 만큼 노사 모두 전향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노사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 펼친다면 또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겁니다.
정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