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이에 따른 각종 사회보장 관련 정부 지출 증가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최고 선진국들의 국가신용등급이 30년내에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보고서를 인용,이들 국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정부 부채 증가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이들 4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S&P는 세계 최고 신용도를 자랑하는 이들 국가도 현재와 같은 추세로 정부 빚이 늘어난다면 프랑스는 2020년 초,미국과 독일은 2030년 이전,그리고 영국은 2035년 이전에 각각 투기채 수준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의 애널리스트 모리츠 크래머는 "4개 선진국 정부가 점증하는 사회보장 비용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 추세를 방치할 경우 정부 부채비율은 2백%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S&P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정부 부채 규모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에서 오는 2050년까지 2백39%,프랑스는 66%에서 2백35%,독일은 68%에서 2백21%,영국은 42%에서 1백60%까지 각각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선진국 중 정부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경우 오는 2050년까지 이 비율이 7백%를 넘을 전망이다. S&P는 이미 정부 부채 감축작업에 착수한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GDP 대비 1백4%인 부채비율이 오는 2050년까지 91%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 고령화의 진행으로 현재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날로 늘어나는 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비용에 따른 재정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보장 재원은 빠르게 고갈되는 반면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S&P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단지 복지 혜택을 줄이는 제한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으나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유럽보다 나은 인구 구성을 갖고 있으나 오는 2020년께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재정적자가 훨씬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파국을 맞기 전에 적자축소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S&P는 권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