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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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자연에 비유하곤 한다.
대지가 기온이 낮아지면 움츠러들고 높아지면 풀리듯이,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인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아울러 야외활동이 빈번해지면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봄에 느끼는 춘곤증은 곧 자연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반응이라는 얘기다.
춘곤증의 증세는 다양하다.
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을 느끼며 잠을 잤는데도 개운치 않고 졸음이 쏟아진다.
식욕이 떨어져 도무지 입맛을 잡을 수가 없다.
운동이 부족하고 과로가 겹치고 나이가 많을수록 그 증세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춘곤증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들기도 한다.
봄철에는 취학이나 인사.이사 등이 겹쳐 어느 계절보다 마음 쓸 일이 많아 이로 인해 신체리듬에 이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봄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춘곤증은 가벼이 여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칫 이를 방치하게 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져 무기력증세가 나타나고,잠재되어 있던 병이 합병증으로 발전하는가 하면,직장에서는 작업능률이 오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춘곤증 예방에 나물을 권장해 오고 있다.
봄나물의 대명사로 불리는 냉이,들에서 나는 한약재라는 달래,나물중 유일하게 가시가 있는 두릅,씁쓸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나물들은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해 춘곤증의 식품으로는 그만이라고 한다.
요즘 백화점마다 갖가지 나물을 진열하면서 다투어 판매에 나서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일 게다.
이 땅 어디에나 산재해 있는 나물로 춘곤증을 다스린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춘곤증에는 균형잡힌 식단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인 운동도 못지않게 중요함은 물론이다.
올해처럼 기온변화가 심한 봄철에는 아침잠에서 깨어나기가 더욱 괴롭고,점심 후에 밀려드는 잠을 물리치기가 어려워 눕고 싶은 마음 뿐이다.
환경변화로 인한 생리적 반응의 결과로 나타나는 춘곤증이 우리 생활의 또 하나의 복병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